숲에서 전박새가 야생비둘기에게 말했다.

"눈송이 하나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아?''

야생비둘기가 말했다.

"무게가 거의 없어."

전박새가 말했다.

"그럼 내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내가 전나무 둥치 바로 옆가지에 앉아 있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나는 달리 할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앉은 가지위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의
숫자를 세었어. 정확하게 3,741,952개였어.
정확히 내 말대로하면 무게가 거의 없는
그 다음번 째 눈송이가 내려앉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졌어."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다.

마음이 자기와의 전쟁을 보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류시화 / 좋은지나쁜지누가아는가


 

 

 

<책리뷰>
처음부터 이 책을 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다른 책을 검색하다가 나도 모르는 알고리즘에
의해 알라딘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를 읽고
훅 빠져 다음 날 바로 구매한 책이다.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작가의 경험과
삶의 깊이에 정말 놀랐다.
이 에피소드를 포함한 39개의 글들이 모두 마음을 움직였다. 한 개의 글이 10페이지가 넘지않아 쓱쓱

넘기며 보다보니 금새 한권을 순삭.
생각이 많아 새벽 쯤 잠드는 일이 많았던 요즘,
나에게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는 위로를 준 책이다.
본문의 동화같은 동물그림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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